대학생 ; 학문과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

2012. 5. 29. 14:29Diary

 어릴 적 대학생이라는 신분은, 마냥 높아보이고 똑똑해 보이고 가끔은 존경스럽기까지 한 그런 신분이었다. 그러다 초등학생을 지나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고, 그 때까지만 해도 대학이라는 공간은 두꺼운 고전들과 전공서적들을 들고 다니며, 치열하게 공부하고 사색하는 지성의 전당과 같은 느낌이었던 것을 회상해본다.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조금씩 실제적으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취업난이라는 단어도 눈에 띠기 시작했고, 대졸들 뿐 아니라 심지어 박사 출신의 학생까지 공무원직인 환경미화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뉴스가 방영되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막상 대학교에 들어와보니 나는 두 가지의 관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는 대학생들이 생각보다 무척 치열하게 공부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 치열함의 동기는 '현실적인 진로', 즉 '취업'이라는 것이었다. 스티브잡스가 1985 PLAYBOY와의 인터뷰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적한 다음의 발언은, 이러한 대학생들의 현실주의적 세태를 잘 묘사하고 있다.

잡스의 말이다.

 "(잡스가) 학교 다닐 때가 60년대가 막 지난 이후였어요. 실용주의의 파도가 닥치기 직전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학생들은 이상주의는 커녕 그에 가까운 것마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철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경영학 수업 준비만큼 시간을 들이지를 않아요. 60년대의 이상주의는 여전히 존재하기는 합니다. 제가 아는 제 또래의 사람들 대부분은 영원히 간직할 테구요."

 (필자는 여기서의 '이상주의'를 각자가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라고 보고싶다. 남들이 무식한 짓이라고 해도,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가치를 최선을 다해 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잡스가 말한 '이상주의'가 아닐까.)

 고민하지 않는 대학생, 시험기간이 다가옴에 따라 날마다 밤을 새고, 치열하게 공부하지만 정작 자신이 하고 있는 학문에 대한 고민, 그것이 나의 인생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 바로 현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지니고 있는 모습이다. 자신이 젊음을 다해 쏟아부을 가치에 대한 고민이 없는데, 가치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시험이나 퀴즈, 과제로 한껏 밤을 새버리면, 학기말에 A+이 찍힌 성적표를 받을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성적들은 훗날 취업을 하고, 대학원의 진학에서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짜여진 틀에서'만' 공부하는 학생들이 현 사회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주고, 새로운 삶의 가치를 제시할리는 만무하다. (물론, 세상을 바꾸는 것, 그것만이 성공적인 삶의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소박하고 안정된 생활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 그것도 성공이 될 수는 있다.)

 우리는 실용을 택하고, 고민하는 힘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도요타자동차의 사키치 도요타 회장님은 직원들에게 '5 why 법칙'을 물어보아 현상-근원으로 가는 질문을 다섯번씩 하셨다고 한다. 학문을 붙잡고 '왜'라고, 다섯번씩 물어보라. 그러면 자연히 그 학문을 하는 이유가 나오게 되고, 그 학문에 담긴 가치와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깨닫게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 5why는 아니었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100개의 질문리스트를 종이에 적어두고 그 중에서 다시 10개를 추려낸 뒤, 그 열개에 대한 대답들을 매일 하고자 노력했던 시기가 있었다. 질문을 한다는거.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한다는 건 더더욱 어렵다. 

 우리는 '왜'라고 물을 수 있었던가. 학부 공부를 하면서 '뭐야 이건 왜 그러지?' 라고 물어본 적이 있던가. 그에 대한 대답이 '시험 범위'를 명백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렇게 물어나갔으면 좋겠다. 

 공부할 때만큼은 성적 잘받는 학생이 아닌, 질문 많은 학생이고 싶다.